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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전화기 자처리반이 더욱 듯이 줄 입술을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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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는 영원한 봄날에 꽃을 피우려고 태어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판된 자서전 ‘희망’(가톨릭출판사)의 서문에서 한 말이다. 폐렴으로 지난달 14일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한달 넘게 치료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집필에 들어가 지난 6년간 직접 저술한 공식 자서전이다. 교황은 “희망은 행동을 위한 미덕이자 변화의 원동력”이라며 이 책을 ‘희망의 여정에 관한
대학학자금대출제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그에게 진정한 희망은 “어둠 속에 갇히지 않고,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밝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힘”이다. 그의 희망론은 이어진다. “희망이 피어나는 데는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바로 당신일 수 있습니다.”
대학생소액대출 프란치스코 교황 자서전 ‘희망’ 표지. 가톨릭출판사 제공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탈리아인 가정에서 태어난 교황은 자신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이주민’을 꼽는다. 그가 자란 곳도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이라크·시리아·레바논·튀르키예 사람들이 모여 살던 다인종·다문화 배경이었다. 그래서
일산농협햇살론 인지 훗날 교황이 되어 바티칸에 입성한 그의 첫 여정이 지중해 남부 람페두사섬이었다. 이주민의 비극과 모순을 상징하는 곳이자, 수많은 난민의 ‘해상묘지’가 돼버린 섬이다. 난민 문제에 관해 교황은 “우리 모두 어떤 식으로든 공범”이라고 질타한다.
교황은 학창 시절부터 아르헨티나 독재정권이 일삼던 고문과 살해, 납치의 실상을 목도했다. 그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연봉 16살 무렵 페론 대통령의 개혁주의에 관한 거친 논쟁을 벌이다 페론을 비판하는 이모부의 얼굴에 탄산수를 뿌린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 사건을 ‘정치적 열정의 첫 세례식’이자 ‘가난한 이들을 위한 첫번째 공개 항변’이라고 기억했다. 과학전문학교 시절엔 실험실 책임자 에스테르에게서 ‘정치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배웠다. 에스테르는 나중에 정치 경찰에 납치돼
르노삼성 노조 산 채로 바다에 던져졌다. 3만명에 이른 아르헨티나 실종자들 가운데 한명이었다. 교황은 암흑과도 같은 그 시절을 감당하기 힘들어 1년 남짓 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고백한다.
교황은 사제 시절 군부독재에 침묵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는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구장이 되자마자 ‘독재자들에게 너무 너그러웠던 점’을 참회했다. 이후 변함없이 약자들 편이 되어 ‘빈민촌의 교황’으로 불린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이 우리 깃발을 훔쳐갔다고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깃발은 본래 그리스도교도의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를 보면 교황 선거에 암투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는데, 교황 자서전에도 영화와 유사한 대목이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한 콘클라베는 2013년 3월12일 시작됐다. 당시 그는 라틴아메리카 추기경으로서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킹 메이커’로 꼽혔지만, 유력 후보는 아니었다. 콘클라베가 끝나는 즉시 아르헨티나로 돌아갈 귀국행 항공권까지 끊어둔 상태였다. 첫 투표에서 몇표를 얻었고, 두번째·세번째 투표에서 표가 조금씩 늘었다. 그런데 한 추기경이 “혹시 폐가 하나 없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오래전인 1957년에 상엽(폐 윗부분)을 제거했을 뿐”이라고 답하자 그 추기경은 “이런 막판의 술수가 있나!”라며 격분했다고 한다. 그의 건강 이상설을 흘리는 흑색선전이 돌았던 것. 네번째 투표에서 그를 찍은 표가 급증해 69표를 받았지만, 당선에 필요한 정족수는 전체 115명의 3분의 2인 77표였다. 마침내 여섯번째 투표에서 77번째로 ‘베르고글리오’(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가 호명됐고, 우레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브라질의 우메스 추기경이 그를 포옹하며 말했다.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바로 그때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이 그의 마음속에 떠올랐다고 한다. 얼마 뒤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교황 선출을 알리는 하얀 연기기 피어올랐다.
처음 교황 관저에 들어서자 그의 안에서 “이건 아니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사저는 넓었지만 입구가 너무 좁아 거꾸로 된 깔때기 같았다. “한 사람씩 들어와야 했는데, 이 점이 제겐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교황이 관저로 사용 중인 201호는 원래 손님방이었다. 크지 않은 응접실과 작은 침실, 서재가 있는 이 소박한 방에서 교황은 12년째 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6일(현지시각) 오전 폐렴으로 입원한 병원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앉아있는 사진을 교황청이 공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역대 교황은 보통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에 묻힌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밖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묻어달라고 했다. “때가 되면 저는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성모 대성전에 묻히게 될 것입니다. 바티칸은 제가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집일 뿐, 영원한 안식처는 아니니까요.” 역대 교황 7명이 묻힌 것으로 알려진 이 성당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주 찾았다. 자신의 장례 절차도 간소화하도록 지시했다. 화려한 장례 제대도, 관을 닫는 특별한 의식도 미리 없앴다. 교황은 “품위는 지키되, 다른 그리스도인들처럼 소박하게 치르고 싶다”고 했다.
1936년 그가 태어날 때 몸무게가 5㎏이나 됐다. 어릴 적 꿈은 정육점 주인이었는데, 나중엔 의사로, 다시 사제로 변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오페라와 클래식에 빠져들었고, 프랑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와 탱고 음악에 심취했으며, 베를렌과 휠덜린의 시를 사랑했다.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를 깊이 존경했는데, 교황의 단편을 묶은 책 ‘원초적 이야기들’의 서문을 보르헤스가 썼다.
실화 바탕의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2019)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열렬한 축구팬으로 그렸는데, 자서전을 보면 그 이상이다. “축구에서 현실을 마주하고 문제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공이지만, 어떻게든 잡아내야 하니까요. 마치 우리 삶과도 같습니다.” 학창 시절 골키퍼로 활약했던 그는 “축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놀이라고 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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