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루 앱 화면 갈무리. 비글루 제공
데이터에이아이 조사 해외 주요 숏폼 드라마 앱 누적 다운로드 트렌드와 인엽 결제 금액 트렌드, 비글루 제공
사랑에서 가장 아픈 키스 포스터. 숏챠 제공
세로 화면, 1분 남짓의 짧은 분량,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른 전개.
드라마가 달라지고 있다. TV나 모니터, 휴대전화 가로화면에 맞춰져 있던 화면 구성은 세로로 길게 바뀌었다. 한 회에 짧아도 40
마곡 여분, 길면 80분 가량이던 분량은 1~2분으로 파격적으로 짧아졌다.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담아야 하니 드라마 전개는 숨돌릴 틈도 없이 빠르게 진행된다. 에피소드도 40~50부가 대다수고, 길어도 150부 정도다. 다 합쳐도 1~2시간이면 이야기 완결까지 볼 수 있다.
'숏폼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다.
합자회사설립방법카카오벤처스에 따르면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2024년 기준)는 글로벌 시장이 13조원 상당, 한국 시장은 6500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모바일인덱스가 공개한 올해 1월 신규 앱 설치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글로벌 숏폼 드라마 플랫폼인 숏맥스와 드라마박스가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데이터에이아이 조사결과 해외 주요 숏폼 드라마 앱(릴숏, 드
모집부문 라마박스, 숏맥스)의 누적 다운로드 수(2024년 3분기 기준)는 2023년 4분기 대비 360% 증가했고, 인앱 결제금액은 500% 증가했다. 릴숏의 경우 미국 LA에 직접 스튜디오를 세워 IP(지식재산) 발굴·촬영·편집·유통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누적수익은 7억 달러를 넘어섰다. 드라마박스는 지난해 4월 인기 숏폼 드라마 'I
산업은행 지원동기 Wish It Were You'를 출시하면서 일일 수익이 급증, 4월12일에는 하루 수익이 120만 달러에 도달했다. 지난해 7월까지 드라마박스의 누적수익은 약 1억6000만 달러에 이르렀으며, 미국 시장에서의 수익 비중이 57%를 차지했다. 릴숏은 같은 시기 월간 수익이 2600만 달러를 기록, 현재까지 누적 인앱 구매 수익이 약 2억 달러에 달하는 등
보증금 담보대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숏폼 드라마의 흥행은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국에도 상륙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최초의 숏폼 드라마 플랫폼인 탑릴스가 등장한 뒤 같은 해 7월 스푼랩스의 비글루, 9월 왓챠의 숏차 등이 출시돼 숏폼 드라마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숏폼 플랫폼에서는 광고 시청이나 리워드로 드라마 전체 회차를 무료로 볼 수 있으며, 회차당 단건 결제도 가능하다. 50화로 구성된 한 타이틀을 유료 시청할 경우 약 2만원 정도 필요하다. 또는 19000원 수준의 주간 구독권으로 무제한 시청도 할 수 있다.
탑릴스는 숏폼과 K-드라마를 결합한 △나의 복수 파트너 △세 명이서 결혼 생활 중입니다 △네 명의 남자를 획득했다 △너에게만 몹쓸 짓 △나쁜 남자의 사랑법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첫 공개된 직후 엔터테인먼트 앱 부분에서는 1위를 했고, 공개 다음날에는 전체 무료앱 인기 차트 1위에 올라 성공적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탑릴스는 지난 14일 오컬트 로맨틱 코미디 '사탄 여친'을 공개했다. '사탄 여친'은 결혼 전 예비 신랑의 죽음을 대신해 사탄에게 영혼까지 판 신부와 사탄에 의해 바뀐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는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나쁜 남자의 사랑법'은 복수를 꿈꾸는 남자와 가족을 지키고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여자의 위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박정원, 손정혁, 한석우, 정의제, 정지수 등 청춘 배우들이 출연했으며, 치명적이고 아찔한 관계성을 흥미진진하게 풀었다.
비글루는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 △악녀로 빙의중 △잔혹한 나의 악마 △게스트하우스의 맛 △죽이고 싶은 X들: 간통수사대 △사랑은 계약 후에 등 오리지널 콘텐츠와 해외 콘텐츠를 포함해 200편의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이중 '죽이고 싶은 X들: 간통수사대'의 경우 비글루가 출시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드라마다. 간통죄가 부활한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특수수사대의 사건 해결 과정을 담은 총 44부작으로, 아이돌 그룹 WEi(위아이)의 멤버 김동한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로얄로더'에 출연한 정한빛이 주연을 맡았고, 연출은 '방구석 1열'과 '77억의 사랑'을 담당한 JTBC 공채 1기 출신 강미소 예능 PD가 맡았다.
비글루는 현재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아랍어 등 8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비글루 측은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예능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2분 내외의 길이로 몰입감 있게 제공하고 있다"며 "숏폼 드라마 주 사용자 층은 국가 별로 상이하나 여성이 60~70%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은 35세 이상, 40대 연령층이 주 소비층이고, 한국과 일본은 25세 이상 연령층으로 조금 더 젊은 세대가 소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글루는 숏폼 드라마가 기존 드라마의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 콘텐츠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글루 측은 "기존 드라마는 고액 제작비, 대형 자본력, 유명 IP에 한정된 글로벌 진출, 한정적 언어지원, 유명배우 캐스팅 및 출연료 부담 등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짧은 러닝타임의 숏폼 드라마는 제작비 부담은 낮추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기존 대형 자본 중심의 드라마 시장 구조를 넘어, 다양한 창작자들에게 소규모 자본으로도 작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토종 OTT(온라인동영상) 플랫폼 중에서는 왓챠가 처음으로 숏폼 드라마 플랫폼인 숏차를 출시했다. 숏차에서는 △초고속 결혼 후 연애중 △가르쳐 주세요 △앗, 고백을 까먹었다! △내 남편이 나를 죽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키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숏챠의 인기 작품인 '세상에서 가장 아픈 키스'는 스킨십을 통해 상대방의 아픔을 대신 겪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현아가 진정한 사랑과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왓챠 측은 "급변하는 미디어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시청자들에게 더욱 풍성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고자 숏차를 출시했다"며 "숏드라마는 기존 OTT 서비스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콘텐츠로, 짧은 포맷으로 이동 중이나 휴식 시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숏폼 콘텐츠의 폭발적 성장세를 고려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숏차 출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숏챠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다국적 콘텐츠 라인업을 특징으로 하며,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숏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며 "왓챠는 신진 작가, 감독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시도가 가능한 숏드라마 문법에 맞는 스토리와 제작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숏챠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해 K-숏드라마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왓챠 측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스토리텔링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양한 국내 작가, 감독들과 협력해 K-숏드라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숏폼 드라마의 매력은 크게 간편성과 다양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짧은 이야기가 연결된 구조라 언제 어디서든 잠깐의 짬을 활용해 드라마를 볼 수 있다. 흡사 웹툰과 비슷한 소비방식이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사로잡고 다음 회차를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하다보니 서사 구조가 단순하고 함축적이라 매우 직관적이다. 이 때문에 숏츠(짧은 동영상)의 도파민 자극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에게는 드라마 진입 장벽이 낮다. 장르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정통 드라마보다 도전적인 시도가 가능하다. 재벌, 불륜, 출생의 비밀, 배신, 복수, 동성애 등을 담은 수위 높은 로맨스나 멜로를 비롯해 판타지, 스릴러, 오컬트, 미스터리 등을 폭넓게 접할 수 있다.
숏폼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지금은 숏폼 드라마가 비주류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주류 영역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대국민 OTT 이용행태를 분석한 '20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유튜브 등 무료 OTT 플랫폼 이용자의 69.6%가 숏폼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기존 콘텐츠를 숏폼으로 편집한 재가공형 숏폼 선호도(59.7%)보다 처음부터 숏폼으로 제작된 오리지널 숏폼 선호도(78.6%)가 더 높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전 세계 숏폼 시장 규모가 52조원이며, 향후 5년간 연평균 6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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