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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이고 그때도 발견하였다. 마지막까지 가끔23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에이고에서 접경 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로 향하는 도로 위로 육중한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 여러 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이주자들이 몰려드는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인 1500여 명을 배치했다는 뉴스가 실감 나는 현장이었다. 티후아나(Tijuana)라고 쓰인 표지판을 따라 달린 지 15분 만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도착했다. 하늘에는 두 대의 미군 헬리콥터가 날아다니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한 대는 위협이라도 하듯 낮게 날았다. 이 지역은 미국 텍사스주 엘 패소, 이글 패스, 브라운즈빌과 함께 중남미를 통해 온 난민들이 집합하는 대표 장소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까지 난민들은 이곳에서 난민 신청을 하거나, 트럼프가 1기 때 세워 놓은 물리적 벽인 ‘트럼프 장벽’을 타고 넘어 미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신규 난민 신청은 물론, 기존에 접수된 난민 인터뷰까지 모조리 취소됐다.
24일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 해변에 있는 트럼프 장벽 앞을 지키고 있는 멕시코 무장 군인./윤주헌 특파원
국경을 넘어 멕시코 티후아나로 들어갔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입국할 때, 그리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되돌아갈 때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을 받았다. 멕시코로 들어갈 때는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 도보로 1분 만에 들어갔다. 멕시코에서 미국을 다시 들어올 땐 철저한 검문을 통과하기 위해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티후아나 난민보호소에 들어가 보니 20여 개의 텐트가 다닥다닥 붙은 상태였고, 텐트 위엔 젖은 옷이 널려 있었다. 반년 넘게 길거리 생활을 하는 난민도 많다고 했다. 대부분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다. 엘 차파랄 국경 검문소에서 5분 떨어진 비영리단체 레지스텐시아에서 진료를 받던 아이티 난민 안지 모잘모테는 “어머니와 둘이 지내고 있다”면서 “(트럼프 취임 후) 미국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닫힌 것 같아 괴롭다”고 했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과의 전쟁을 불이면서 국경 통제는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고 있다. 미 백악관은 24일 과테말라 불법 이주자 80여 명에게 수갑을 채우고 군용기에 태워 추방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 군사 범죄자를 다루는 모습이었다.
그래픽=백형선
◇난민 신청·인터뷰 모두 취소… “미국 갈 마지막 기회 닫혀”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 티후아나의 ‘트럼프 장벽’에선 무장한 멕시코 군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23일 오후 찾아간 티후아나 해변에선 두 대의 멕시코 군용 차량이 보였고 그 옆은 장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멕시코 소노라주에서 휴가차 이곳을 찾았다는 호세 히메네스는 “몇 달 전만 해도 무장 군인들은 이곳에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가 마약과 국경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다음 달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멕시코 정부가 군을 투입해 국경 단속에 나선 것이다.
현재 난민이나 서류 미비자가 국경을 통과해 미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에서 운영했던 사전 난민 인터뷰 신청 앱(CBP ONE)은 먹통인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중남미 난민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등 전쟁 난민까지도 막아섰다.
좌절한 난민 중 일부는 멕시코 국경 지역 도시로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난민들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검문소 근처 난민 보호소에 머물고 있다. 티후아나 난민 보호소에 가족과 머물고 있는 호아킨 라미레 살가도씨는 “언제 국경이 열릴지 모르지만, 치안이 열악한 고향(미초아칸)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비영리단체 레지스텐시아에서 난민들을 진료하는 의사 아레한드라 그라니뇨 제이미는 “사전 인터뷰를 예약하고도 갑자기 모든 시도가 허사가 된 뒤 이곳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난민 보호소에서 밥 먹는 아이들 - 미국과 국경이 접해 있는 멕시코의 티후아나의 난민 보호소에서 아이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이들 뒤로는 난민들이 잠을 자는 텐트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티후아나=윤주헌 특파원
바이든 정부 때 이미 미국에 자리를 잡은 난민들도 현재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샌디에이고에서 난민을 돕는 ‘보더 앤젤스’ 헤수스 곤살레스 국장은 “트럼프가 노동부를 통해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이주자를 고용한 회사를 조사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주로 범법자를 잡아들이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주자 추방이) 확대될지 몰라 사람들이 떨고 있다”고 했다.
23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나들었다. 23일엔 차량으로, 24일엔 걸어갔다. 24일 미국에서 멕시코로 국경을 넘을 때, 교도소 담장 안처럼 황량한 시멘트길을 걸었다. 지옥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MEXICO’라고 쓰여 있는 쇠로 된 회전문을 통과하니 멕시코 정부 직원이 여권을 확인했다. 직원이 물어본 것은 “어디에 사느냐, 언제 돌아가느냐” 딱 두 가지였고, 1분도 안 걸려 통과됐다. 검문소를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장면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갈 때, 그 긴 줄에 합류해야 했다. 옆으로는 무장 군인들이 계속 지나 다녔다. 두 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비자를 보여주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줄을 서며 만난 멕시코인 바누에 아토스씨는 “샌디에이고에 있는 아내와 딸을 보기 위해 한 달에 세 번 미국으로 간다. 합법적인 신분이지만, 트럼프가 취임한 뒤 처음 넘는 국경이라 걱정이 된다”고 했다.
전날 차를 타고 국경을 넘을 때도 비슷했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갈 땐 어디서부터 멕시코인지 헷갈릴 정도로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그런데 미국으로 향하는 길에선 검문소가 보이지도 않는 곳부터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차를 대기줄 뒤에 대자 수십 명의 장사꾼들이 차량으로 다가왔다. 상자에 추러스(길쭉하게 생긴 스페인식 도넛)를 담아 파는 사람, 길 한가운데에서 타코를 만드는 사람, 양손에 든 강아지를 판다는 사람도 있었다. 기타를 치거나 랩을 한 다음 팁을 받아 가려는 젊은 남성들도 보였다. 이들의 호객행위를 차 안에서 2시간가량 견디고 나서야 국경 검문소 가까이 도착했다.
검문소에 도착하기 전, 미군이 나타나 차량 창문을 내리라고 하더니 “ID(신분증)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검문소에 가기 전에 한 차례 더 신분 확인을 하는 것이다. 이 군인은 여권을 한참 동안 확인한 뒤에야 진입을 허용했다. 미국으로 향하는 검문소로 가는 길 자체가 녹록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이주자에 대한 추방 작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에서 추방된 수천 명의 멕시코인을 정부 차원에서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당신을 품는 멕시코’라는 정책이다. 멕시코는 접수 센터 아홉 개를 건설해 이들을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이들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22년 기준 미국에 무단 체류 중인 멕시코인은 400만명에 이른다. 미국이 더 많은 불법 이주자를 추방하면서 멕시코 등 관련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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