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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메~
3일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이현농장. 축사 한편의 문이 열리자 한우 10여 마리가 앞다퉈 달렸다. 목적지는 약 1,650㎡ 규모의 운동장. 한겨울 오전이었지만 햇빛이 따사로운 영상의 날씨라 그런지 송아지들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잡풀을 뜯어먹거나 땅바닥 냄새를 맡으며 15분 동안 여유를 즐기던 송아지들은 스스로 축사로 들어가 건초를 먹었다. 이곳에서 한우 약 150마리를 키우는 이항림(52) 대표는 "운동장은 24시간 개방해 송아지들이 시시때때로 운동한다"며 "살이 많이 찌는 것도 막을 수 있고 햇빛을 쐬면서 비타민D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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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키우는 수소(거세우)는 생후 15개월까지 운동장에서 놀다가 이후 가로 4m, 세로 8m 축사 한 칸(32㎡)에 들어가 33, 34개월까지 지낸다. 일반 농장에선 32㎡(약 10평) 남짓한 축사 한 칸에서 대여섯 마리가 지낸다. 반면 이곳은 '2두 1실' 체제다. 소가 먹는 사료도 유기농이다. 조사료(
반포주공1단지 粗飼料·건초나 볏짚 등 섬유질이 많은 사료)는 인근 농가에서 화학 비료나 제초제,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 것이다. 여기에 섞어주는 옥수수, 귀리 같은 곡물은 러시아 아무르주의 유기농 농가에서 들여온다. 비유전자변형(Non-GMO) 곡물이다.
이현농장 축사 한 칸(32㎡·
학자금대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사유 약 10평)에는 소 두 마리가 함께 지낸다. 보통 일반 한우 농가에서는 이 정도 공간에 대여섯 마리가 들어간다. 해남=박준석 기자
이게 끝이 아니다. 조사료와 곡물을 섞은 다음 유용 미생물과 유산균 등을 넣어 한 번 찐 다음 보름가량 발효한 뒤 급여한다. 한 번 익힌 데다 몸에 좋은 갖가지 균이 들
신청시 어갔으니 소화가 잘될 수밖에 없다. 소가 소화 과정에서 방귀나 트림 형태로 내뿜는 온실가스인 메탄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메탄 측정 장비인 '메탄캡슐'을 이현농장 소 위에 넣어 하루 배출량을 측정해보니 일반 농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 농장은 정부로부터 2023년 저(低)탄소 축산물 인증도 받았다.
이현농장은 또 유기농 한우(2018년)·
개인회생 면책 동물복지(2022년) 등 7개 인증을 갖고 있다. 국내 8만4,000여 한우 농가 중 7관왕을 달성한 곳은 다섯 곳(0.006%)뿐이다. 이 대표가 공장식 밀집 사육이라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건강하게 자란 소가 인간에게도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곳 한우의 오메가3·6 지방산 비율은 1대 4로, 일반 한우(1대 40), 수입육(1대 100)보다 낮다. 과다 섭취 시 염증 등을 유발하는 오메가6가 훨씬 적다는 뜻. 그는 "넓은 공간에서 스트레스 안 받고,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좋은 사료 먹은 소가 먹거리로서 믿음을 줄 수 있다"며 "자녀에게 안전하게 먹일 수 있는 고기라 자부한다"고 했다.
유기농 한우가 없다? 아빠의 도전
이현농장 이항림 대표. 이 대표 제공
보험사 임원이었던 이 대표가 축산업에 뛰어든 것도 아이들 때문이었다. 10여 년 전 마흔에 결혼해 늦깎이 아빠가 됐을 때다. 자녀에게 유기농 소고기를 먹이려고 서울 은평구 일대 친환경 유기농 식품점을 다 돌아다녔는데 구할 수 없었다. 그 이유를 찾고 싶어 시작한 공부는 사업 계획으로 발전했다. 유기농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없어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17년 해남에 자리를 잡았다.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었다. 유기농 한우 인증을 받으려면 한우 한 마리당 유기농 조사료를 재배할 수 있는 1,000㎡(약 300평) 부지를 소유로든, 임대로든 확보해야 했다. 사료도 일반 제품보다 두 배 비쌌다. 여기에 넓은 사육 면적 기준을 맞추려면 한우 300마리가 들어갈 수 있는 축사에서 150마리만 키워야 했다. 배고픔·불편함·두려움 등 동물의 5대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동물복지 인증은 더 까다로웠다. 사육뿐만 아니라 운송과 도축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곳에서만 이뤄져야 했다.
이 대표는 "운송 차량은 무(無)진동에 밀도 제한이 있고 도축장에선 고통을 주는 도축 작업이 금지된다"며 "이런 운송·도축 업체가 몇 곳 없어 운송비 등도 훨씬 비싸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한우 제품에 유기농·동물복지·저탄소 등 인증 마크를 붙여도 시장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이었다. 일반 한우보다 50% 비싼 데다 건강하게 자라 지방이 적은 소는 맛이 덜하다는 인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한우 '잠재력' 발견한 롯데百
롯데백화점에서 설 선물 세트로 판매하는 '동물복지 방목한우' 제품 사진.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에서 한우를 담당하는 황현덕 바이어는 오히려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설, 추석 등 고가(高價) 한우 선물 시장이 커지면서 백화점 간 경쟁이 치열했다. 최고급 마블링(근내 지방도) 일변도의 시장에서 색다른 한우 제품을 내놓고 싶었다. 2025년 설 선물세트를 준비하며 전국 친환경·유기농 농가를 찾아다녔다. 문제는 맛이었다. 가령 곡물 사료가 아닌 목초만 먹여 키우는 '그래스페드' 한우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풀내음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2024년 10월 우연찮게 이현농장 한우를 맛봤다. 이 정도 맛과 풍미라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설 선물 세트로 '동물복지 방목한우'가 출시됐다.
이현농장 한우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얼마 전 경기 고양시에서 미국산 소고기, 호주산 와규와 함께 시식 행사를 열었는데 이현농장 2등급 고기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좋은 사료, 넓은 사육 공간, 저탄소란 세 가지 가치를 계속 밀고 나가 전 세계에 K카우(cow)를 알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해남=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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