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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항 한 편에는 장례 절차가 길어지며 돌봄 공백이 발생한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마련됐다.
지난 3일 무안국제공항 2층 4번 게이트 앞에선 “우와우와”, “이야” 하는 소리와 아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여행사 부스였던 공간에 ‘아이돌봄 놀이쉼터’가 차려진 것이다. 희생자 시신 인도 과정이 지연되며 공항에서 일주일 가까이 머무는 유가족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 등 각 지방자치단체 봉사모임과 국제구호단체 더프라미스가 나섰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시작해 나흘간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쉼터를 운영한단 계획이다. 봉사자들끼리 조를 짜 최소 4명씩 상주한다고 한다.
4일 무안국제공항 2층 4번 게이트 앞. 아이돌봄 놀이쉼터 입구. 이수민 기자
쉼터는 5평 남짓한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바닥에는 어린이용 매트가 깔렸고 작은 접이식 책상도 갖췄다. 만 3~5세 아이들은 앉아서 색종이를 접거나 색연필로 그림을 그렸다. 또 지점토로 인형 모형을 만드는가 하면 자원봉사자와 미끄럼틀 놀이도 했다. 보호자의 손을 잡고 입구에서 서성이던 한 여자아이는 안에서 노는 또래 친구들을 보고 금세 뛰어들어갔다.
지난 3일 아이돌봄 놀이쉼터 봉사자 선생님이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소영 기자
쉼터에서 행정·교육 업무를 총괄하는 오유현 더프라미스 국제재난심리지원단장은 “아이 중 일부는 물어보지 않아도 봉사자한테 ‘비행기 사고 때문에 왔어요’라고 말한다”며 “아이들 역시 재난 상황을 느끼고 각성 상태가 이어지는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대형 재난 현장에서는 안전한 아동친화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쉼터 내 봉사자들이 희생자 유가족 중 트라우마가 있을 어린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책. 오소영 기자
오 단장은 참사로 부모를 잃은 아이가 올 경우에 대비해 트라우마 교육 그림책도 준비했다. 아직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아이 대부분은 조부모님을 잃고 사고 수습에 정신없는 부모와 지내다가 센터를 찾았다. 장인이 사고를 당했다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 2일 유류품을 보러 가야하는 날 직장에 가야했다. 아내와 장모님이 세 살 딸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난처했다”며 “이런 센터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안심하고 맡겼다”고 했다.
쉼터에 네 살 동생을 데리러 온 정모(14)씨는 “이번 참사로 조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친척을 맞고 인사하는 동안 어린 동생은 텐트에서 핸드폰만 보고 심심해했다”며 “친구들이랑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여기에 매일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 3일 여행사 부스에 차려진 놀이쉼터에 아이들을 환영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오소영 기자
정부는 미취학 아동뿐 아니라 집에 혼자 남겨진 다른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긴급돌봄 서비스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집에 남은 아이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까지 돌봄이 필요한 경우 가사, 이동지원 등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내 하루 최대 8시간 이용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기간이나 이용 시간을 탄력적으로 늘려 운용할 예정이다.
전라남도는 지난 3일 도청 재난종합상황실에서 무안 제주항공 참사 대책 회의를 열고, 희생자 장례 이후에도 유족이 원할 경우 긴급돌봄을 이어가기로 했다. 강성휘 전남사회서비스원장은 “무안공항 현장에서 전남도 사회서비스원 관계자들이 나와 홍보물을 나눠주고 신청을 받고 있다”며 “현재까지 돌봄 상황이 마땅치 않아 집에 자식이나 어르신을 혼자 둔 9가구에서 신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수민·오소영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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