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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천 기자]
▲ 하얀 눈 속에 빛나는 돌담?밭 남쪽 가장자리 둔덕을 따라 설치한 돌담이 지난 주말 내린 눈으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 조재천
대한주택보증 채용 밤 사이 눈이 내렸다. 돌담이 뒷산과 대비되면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올 봄까지만 해도 저 풍경에 돌담은 없었다. 2월 말에 장만한 밭에는 주먹만한 돌이 많았다. 돌밭이라 주위에서는 콩이나 들깨는 잘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내게는 많은 돌을 어쩌겠느냐 하는 위로와 동시에 체념하라는 말로
총급여 들렸다.
줄곧 농사가 이어져왔던 땅이니 당장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나 땅을 일구고 밭을 가는 밭 농사의 근본에 비추어 보면 돌을 주워 내는 것이 순리였다. 다만 급하지 않으니 계절이 바뀌든 해가 바뀌든 서두를 것 없이 틈나는 대로 돌을 주워 내기로 했다.
봄부터 여름까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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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을 넣기 전의 돌망태?중국에서 유학중인 조카가 여름 방학 중에 방문하여 한나절 돌담
ltv 쌓기에 참여하였다.
ⓒ 조재천
4월부터 손 연장을 이용하여 돌을 끌어 모아 밭 가장자리로 옮기니 하나 둘 돌무더기가 만들어지고 그 양이 적지 않았다. 이걸 어찌할까 고민하다 약 40미터
2금융권직장인대출 쯤 되는 밭 남쪽 경계의 둔덕을 따라 돌담을 쌓기로 했다.
골라 낸 돌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 목적이나 돌담을 세우면 밭 가장자리의 경사면이 사라지면서 밭이 넓어지고 빗물이 흙에 쓸려 나가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돌이라 해봐야 어른 주먹만한 것이라 돌만으로 돌담을 쌓을 수 없어서 돌망태를 구입하여 경계를 따라 1미터씩 이어가며 돌을 채우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7월 하순에 돌담이 완성되었다.
적지 않은 돌을 골라냈지만 밭에는 여전히 돌투성이라 비록 만리장성에 견줄 만하다고 자화자찬한 40미터 길이의 돌담 완성은 돌 주워내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전에 없었던 아름다운 돌담이 눈 앞에 드러났다는 것과 이제는 이 돌담이 오래도록 이 풍경의 일부로 자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제 밭에서 나온 돌로 땅의 생김새에 따라 세워진 돌담이니 모양이나 색깔이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주말에만 작업을 하다 보니 3개월이 걸렸다. 시간이 되는 가족들이 틈틈이 몇 시간씩 함께 참여했다. 한 손으로는 겨우 돌 두세 개 밖에 쥘 수 없으나 작은 손들이 모이니 큰 그릇이 되었고 과거 농경사회에서 가족의 규모가 곧 농사의 규모였다는 점을 실감했다.
가끔 산책을 나오는 마을 주민들은 아무도 일하러 나서지 않는 초여름 한낮 땡볕 아래에서 돌을 골라내는 모습을 보며 무모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여기는 눈치였다. 이들은 오랫동안 보아온 대로 원래 돌이 많은 밭으로 인식하고 있어 자신들이라면 하지 않을 일을 우리가 벌이고 있으니 당연히 의아했을 것이다.
애물단지가 행복감을 주는 존재로
그러나 돌담이 모양을 갖추고 길어질 수록 처음의 의아해 하던 눈치는 점차 호기심으로, 마침내는 부러움 섞인 놀라움으로 변해갔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밭에도 돌이 많다며 돌망태 구입처를 물어오기도 했고 "이제야 밭이 주인을 만났네"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아침 저녁으로 이 길을 오가는 수녀님 두 분은 일부러 차를 세우고 창을 내린 채 여러차례 말을 건네 오기도 했다. "매주 돌담이 길어지는 걸 보면서 이번주에는 얼마나 더 쌓았을까" 기대도 하고 "돌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감사하다"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 온갖 작은 동물과 식물들의 거처가 되어주는 돌담?밭과 도로를 가르고 있는 돌담을 의지하고 넘나들며 호박 넝쿨이 여름 세력을 키우고 있다.
ⓒ 조재천
자유롭게 밭에 구르던 돌이,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초보 농부로부터 쓸모없는 존재로 분류되어 제거 대상이 되었으나 한철 내 돌담으로 변하면서 다른 존재가 되었다. 단지 겉 모양만 변한 것이 아니라 공간을 아름답게 하고 오가는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존재로 대 변신을 이루었다.
그저 밭을 뒹굴 때는 애물단지였으나 돌담을 이루자 전에 없던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었다. 때?로 형태가 내용을 결정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으니 좋은 이웃 못지 않다. 이처럼 좋은 기운을 가진 돌담은 또 다른 생명들을 벗삼아 볼러들이니 여름 내내 나팔꽃 넝쿨과 호박 넝쿨이 생기발랄하게 돌담을 넘나들었다.
개미, 개구리, 무당벌레 등 작은 동물들이 제 집처럼 돌담 틈을 드나들었고 이제 이 돌담에 의지하여 겨울을 날 것이다. 산책하는 이웃들과 오가는 수녀님들은 이 돌담과 마음으로 이야기 나눌 것이다.
계속 늘어나게 될 돌담
▲ 한적한 겨울 빈 들판?들깨 수확이 끝난 밭이 한적한 빈 들이 되었다. 저 멀리 밭 아래 경계를 가로지르는 돌담이 보인다.
ⓒ 조재천
작은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 가고 있다는 성취감, 정리되어가는 환경에서 얻는 행위에 대한 확신, 관망자들의 마음을 달아오르게 했다는 뿌듯함, 천덕꾸러기 같던 돌이 자원으로 느껴지는 인식의 변화 등이 한 여름 무더위를 견딜 수 있게 한 힘이었다.
<조화로운 삶>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스콧(Scott Nearing, 1883~1983)과 헬렌 니어링(Helen Knothe Nearing, 1904~1995)은 제 땅에서 나온 돌로 돌담을 쌓고 여러 채 돌집을 지었다. 시대는 다르지만 니어링 부부가 책에서 말한 자급자족하는 노동과 소박한 삶의 의미와 가치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돌담 안에서 넘실거리던 들깨가 거두어진 밭은 빈 들이 되었다. 이제 서너달 한적한 겨울에 접어드니 다시 돌을 주워 돌담을 쌓을 때이다. 나 뒹구는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니 겨울 바람도 시원하게 맞을 수 있을 듯하다.
▲ 만리장성이라 자화자찬했지만 고작 40미터 돌담?들?모가 아주심기 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저 멀리 보이는 40미터 돌담의 모습이 아름답다.
ⓒ 조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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