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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3일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한 장례식장에서 ‘통일민주인사 신동숙 선생 추도식’이 열렸다. 11일 96살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인혁당재건위 사건 희생자 도예종(1924~1975) 선생의 부인 신동숙(사진) 선생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1957년 대구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신동숙은 같은 학교 교사 도예종과 결혼한다. 남편은 해방 후부터 울산과 경북 영주 등지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60년 4·19혁명은 부부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우선 남편 도예종은 혁명 직후 치러진 영주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다. 하지만 도예종의 당선을 달가워하지 않던 집권당 민주당은 발령을 내지 않는다. 그런 시기에 대구에서는 통일운동단체가 발족한다. 1960년 11월에 결성된 ‘경
자동차 제조 북민족통일연맹’이다. 여기에 참여한 그는 교원직을 버리고 통일운동가로 변신한다. 이때부터 신동숙은 남편의 숨은 조력자 노릇을 한다. 특히 남편이 수배를 당해 공개적인 활동이 어려울 때는 남편 대신 서울과 대구에서 활동하는 남편 동지들의 소통망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공안기관에서는 도예종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신동숙을 미행하거나 집 전
농협 마이너스통장 이자 화기를 도청하는 바람에 비밀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남편이 1차 인혁당 사건으로 체포되어 서울과 안양 교도소에 갇혔을 무렵에는 그의 옥바라지를 위해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힘든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통일운동가 남편의 조력자·소통망
사형 당한 4명 묘역을 한곳에 조성
묘비명으로 ‘고이 잠드소서’ 대신
주식합자회사 이들 정신이 ‘여기 살아 있다’ 새겨
“(남편이) 머리가 좋으니까 내가 뒷바라지를 해서라도 경제학 박사를 받게, 또 노벨상도 받게 하고 그게 뜻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가 남편을 만나 세운 인생 설계였다. 그는 남편이 정치운동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1967년 석방된 남편은 일체의 정치활동
역삼동부동산중개업소 을 접고 경제활동에만 몰입한다. 우선 감옥에서 망가진 몸을 추스른 다음 영남일보 영천 지사장이 된다. 내외방직 사장 이순희가 경영하는 영남일보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신문이었다. 그리고 건축업을 시작하여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잡혀가기 전까지 삼화토건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남편이 사형당하던 날 신동숙은 서울에 머물고 있었다.
치킨카페 사형선고가 내려진 그해 4월8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하였고, 다음날 형이 확정된 남편을 면회하기 위해 대구로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악독한 박정희는 면회조차 허락하지 않고 바로 사형대에 세우고 만다. 도예종은 9일 오전 8시30분 서울구치소 사형장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사형을 당한 뒤에는 더욱 억울한 일이 벌어진다. 함세웅 신부와 문정현 신부는 인혁당 사형수들을 명동성당에 안치하려 했다. 이 일을 어떻게 눈치챘는지 공안기관원들은 가족들이 시신을 수습하자마자 성당으로 가는 길을 막고 곧바로 대구로 끌고 가버렸다. 장례조차 편히 치르지 못한 것이다.
신동숙은 죽은 이들의 묘역을 각자의 선산에 모시지 말고 한곳에 모아두자고 했다. 이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언젠가는 밝혀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칠곡 현대공원에 도예종, 송상진, 하재완, 여정남 네명이 묻혔다. 그리고 묘비에는 민주인사를 뜻하는 ‘민사’라는 단어를 고인들의 이름 앞에 호처럼 붙여 놨다. 그리고 남들이 ‘고이 잠드소서’라고 쓰자고 하자 “무슨 소리냐”하며 (이들의 정신이) ‘여기 살아 있다’라고 적었다. 그런데 얼마 뒤 기관원들이 찾아와 묘비를 뽑아가 버렸다. 그 뒤로 수십년간 묘비 없는 무덤이 되었다.
통일연대 등 통일·민주단체서 활동
2005년에는 유가협 회장 맡기도
방북 때 남편 생각하며 눈물 글썽
이후 신동숙은 남편이 살아 있을 때도 그랬지만, 남편이 못다 한 일을 하기 위해 통일연대, 진보연대, 양심수후원회, 6·15남측실천위원회,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민자통),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등 여러 통일운동과 민주 단체에서 활동한다. 그리고 2005년에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을 맡기도 했다. 사망하기 전까지 대구경북지역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원로로서 지냈다.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한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노력 끝에 남편은 2007년 1월23일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무죄를 받게 되었다. 2008년 ‘북녘 통일나무심기사업을 위한 평양 양묘장 참관단’으로 방북했을 때 남편과 함께 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내 손을 꼭 잡으시고는 “이 동지 우리 꼭 통일해야 해. 이렇게 자주 왕래하다 보면 통일이 되는 거 아니겠어”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병상과 요양원 그리고 집을 오가며 건강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던 무렵, 지난해 1월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전국 집중 결의대회’에는 아들 도한구 부부가 아버지 명예회복을 위해 어머니를 대신해 참석했다.
글·사진 이창훈/4·9통일평화재단 사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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