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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는 '산악부'라는 동아리가 있다(산악반, 등산반 아니고 꼭 산악부라고 불러야 이 동아리 회원들은 기분 나빠 하지 않는다). 20여 년 전, 산악부 사람들은 주말마다 산에 갔다. 산에 가서 캠핑을 하고 암벽등반을 하거나 빙벽등반을 했다. 이따금 종주 산행도 했다. 이들이 산에서 잘 하지 않는 건 가벼운 하이킹이었다. 그들은 대체로 가벼운 배낭을 메고 낮은 산에 올라 하루 만에 내려오는 '소풍' 같은 등산을 '산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단순히 등산하는 동아리로 오해하고 동아리방 문을 열고 들어온 학생들 중 90%는 산악부에 가입하지
국민은행 청약저축 않거나, 가입했어도 금방 탈퇴했다. 당연히 산악부는 인력난에 허덕였다.
여러 대학교 산악부는 회원이 없어 늘 소수정예로 움직였다. (선배들이 들려준 일화에 따르면, 1995년 SBS TV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됐을 때 조연으로 나온 배우 이정재가 '죽도'를 휘두르는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덕분에 그해 검도부에 신입회원이 몰렸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 2년 뒤 MBC TV 드라마 <산>이 방영됐고, 선배들은 회원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해 신입생은 단 한 명도 산악부에 입회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산악부 상황이 이랬다고 전해 들었다.)
나는 대학교 때 산악부 활동을 했다. 당시 나는 산악부가 산에서 어떤 일을 벌이는지 잘 알았다. 고등학교 때도 산악부에 가입해 산에 다녔기 때문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이다. 나처럼 특이한 케이스 말고도 산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른 채 산악부에 들었다가 탈퇴하지 않고 지금까지 산악부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이들을 OBOld Boy라고 부른다). 다른 학교 산악부의 내 동기들도 그런 부류였다(산악부는 타 대학들과 연합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다른 대학 산악부 선후배, 동기들 간 관계가 꽤 끈끈한 편이다).
개인회생서류작성 오랜만에 산악부 동기들과 만났다. 연말이라 송년회를 겸한 모임이었다. 마침 나는 그들과 산악부에 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학생 때 말고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를테면 산악부에 가입한 이유와 탈퇴하지 않은 이유, 지금까지 동기들과 만나는 이유, 산악부 활동이 우리 인생에 끼친 영향 등등에 관해서 말이다. 그들을 인터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내생에첫대출 계획을 단톡방에 올렸더니 한 친구가 그 자리에서 제목을 뽑았다. '위기의 산악부 OB들, 40대는 지쳤다!' 나도 가제를 생각했다. '그때 우리는 왜 산악부원이 됐을까?' 그럴싸했다. 모임에는 4명(A, B, C, D로 칭함)이 나왔다. 이윽고 나는 인터뷰를 시도했다. 친구들은 '기자'로 돌변한 나를 보고 무척 어색해했다. 꿋꿋하게 질문했다.
"요즘도 산악부 모임에 나가? 어때?"
"그때 참 힘들었다"
20여 년 전, 북한산 도선사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동기들.
A가 대답했다.
"나는 잘 안 나가. 나가야 될 이유를 잘 모르겠다. 지금도 거의 막내니까. '따까리'하는 것도 지겹고. 형들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우리가 따까리 하는 거." (20년 전 산악부 신입생은 산에 가서 늘 밥 짓고 설거지를 했다. 무거운 짐을 도맡아 들었고, 위험한 바위 코스를 가장 먼저 올라 줄을 까는 것도 우리 일 중 하나였다. 이러한 선배들을 챙기는 모든 행위를 '따까리'라고 불렀다.)
B가 말했다.
"사회에서 이제 자리 잡았거나, 인정받고 있는데, 산악부 모임 나가면 여전히 막내야! 신입 때처럼 형들한테 여전히 욕을 먹어. 뭘 해도 욕을 먹어. 형들이 뭘 시켜서 그걸 하면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오만가지 꼬투리를 잡아. 우리 후배들도 없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 거지?' 하면서 화가 나는 거지. 나도 그래서 산악부 모임 잘 안 나가."(각 대학교 산악부에서는 학교마다 여러 행사를 벌인다. 해외 원정등반, 합동 산행, 시산제 등등. 이 일은 대개 졸업한 회원들 중 가장 젊은 사람이 맡는다.)
C는 침묵했다. D는 모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이었다. 말이 끊겼다. 우리는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생각했다. 나를 포함해서 친구들 모두 산악부 활동을 힘들어했다. 매주 빠지지 않고 산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산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주말에 여자친구 만나서 데이트할 때 우리는 산에 갔다. 보통 친구들이 주말에 미팅하거나 소개팅 할 때 우리는 산에 갔다. 보통 친구들이 주말에 집에서 늦잠 잘 때 우리는 새벽같이 일어나 산에 올라 바위에 붙었다. 보통 친구들이 방학 때 도시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우리는 설악산을 2주 동안 헤집고 다녔다. 부모님이 산에 그만 가라고 다그치면 "나도 가고 싶어서 가는 거 아냐!"라면서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산은 우리의 직장이자 일터였다. 지긋지긋했는데, 산악부 활동을 한다고 월급이 나오는 건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산악부를 탈퇴하지 않았다.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대체 뭣 때문에 버틴 걸까? 산이 좋아서?
C가 말했다.
"너희 그거 기억나니? 나 산악부 나간다고 했을 때 다들 몰려와서 위로해 줬던 거. 나 그때 애들 따라서 극장 가서 영화도 보고 그랬잖아."
친구들은 웃었다. 나는 다음 질문을 했다.
"우리는 왜 계속 산악부에 남아 있었던 걸까?"
A가 대답했다.
"글쎄, 나는 그때 산악부가 내 생활의 거의 전부였어. 수업 끝나면 항상 동아리방으로 갔고, 동아리방에서 살다시피 했지. 산악부에서 나가봤자 딱히 할 것도 없었고."
B가 대답했다.
"나는 뭐, 시기를 놓쳤지. 나가야겠다고 다짐한 게 수차롄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 있더라고."
C는 조용했다. 늦게 합류한 D가 말했다.
"그만두려고 마음먹고 선배한테 말하려고 하면 데리고 가서 맛있는 거 사주고, 또 얼마 후에 그만두려고 마음 단단히 먹으면 선배가 술 사주고. 나도 이러다가 못 나갔지, 뭐."
C가 덧붙였다.
"산악부 생활이 가장 힘들다고 느꼈던 때가 1학년 때야.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 내가 가고 싶은 산에 갈 수도 없고, 형들이 가자는 산에 가고, 형들이 하자는 거 하고. 무기력했다고 해야 할까? 그게 가장 힘들었지. 형들 따라서 히말라야 원정 갔을 때도 그런 무기력을 경험했지. 아! 그때 아주 힘들었지!"
우리는 너무 몰입했다
그 와중에 나는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말했다.
"나는 그거 좋았어! 금요일 밤에 북한산 들어가면 인수 야영장에 불빛이 보이잖아. 그리고 인수 산장에 걸린 칠판에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할 때 아주 설?어! 그리고 큰 배낭을 메고 교정을 가로지를 때!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볼 때의 그 기분도 나쁘지 않았어."
B가 맞장구쳤다.
"그래, 그땐 그랬지.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 하면서 쓸데없는 자부심 느끼면서 말이야."
A도 말했다.
"우리 집이 산 밑에 있거든. 퇴근하고 집에 들어갈 때 가끔 산 냄새가 나. 그 냄새를 맡으면 학교 다닐 때 생각이 확 밀려와."
C는 웃기만 했다. 나도 웃다가 식탁 위 음식을 먹다가를 반복했다. A, B, C, D 모두 지금은 학생 때처럼 산에 다니지 않는다. 나 빼고 그들은 가끔, 아주 가끔 산에 간다. 학생 때 알피니스트를 꿈꿨던 사람들이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 자영업자가 됐다. 배도 볼록 나왔다. 마지막 질문을 했다.
"모두 학생 때 꿈꿨던 삶을 살고 있니?"
친구들은 머뭇머뭇했다. 그러면서 꿈꾸던 삶은 아니지만 대충 만족한다고 답했다. D는 좀 길게 대답했다.
"학생 때는 그냥 계속 산에 다니고 놀러 다니고, 이런 걸 바랐던건데. 시간이 지나니까 놀 거리가 꼭 산에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 그냥 일하면서 가끔 이렇게 옛날 친구들 보고, 산에는 가고 싶을 때 가고. 이런 게 더 좋아."
내가 맞장구쳤다.
"맞아. 우리는 그때 너무 몰입했어. 산에 너무 매몰됐었어!"
B도 말했다.
"감금당했지. 도망가면 쫓아오고. 도망가면 잡으러 오고."
몇 년 전 나는 산악부를 소재로 한 영화(배우 조정석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엑시트>)를 보고 눈물을 줄줄 흘렸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어렸을 때 겪은 산악부 생활은 지금까지 내 인생 가운데 감정을 마구 요동치게 한 몇 안 되는 시기였다. 그 짧았던 기간을 나는 여태껏 우려먹고 산다. 친구들도 그럴까? 나만큼은 아닌 것 같다. B가 말했다.
"나도 <엑시트> 봤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발간!2021년부터 월간에 연재한 '등산시렁' 기사가 책으로 묶었습니다. 전국 대형서점 및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등산 시렁> 발간!
2021년부터 월간<山>에 연재한 '등산시렁' 기사가 책으로 묶었습니다. 전국 대형서점 및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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