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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한 가족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돌아갈 곳이 없고, 일본에서 생활을 꾸려갈 수밖에 없어요.”
24일 일본 도쿄도 가쓰시카구에서 도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에 머물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출신 올레나는 아사히신문에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개월 만인 2022년 5월, 느닷없이 난민 신세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왔다. 살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와 16살 둘째 아들만 데리고 조국을 빠져나왔다. 올레나와 비슷한 처지의 우크라이나인들은 주요국 난민 수용 정보를 확인하면서 일본 비영
차할부금조회 리단체 지원조직인 ‘일본재단’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여 지원한다는 소식을 확인하고 일본행을 결정한 이들이 많다. 영국 등 유럽지역에서 난민 생활을 하다가 해당 국가에서 지원을 끊자,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에 대해 뚜렷한 신원보증인이 없어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을 택한 경우도 있다.
당장 눈앞에 닥쳤던 전쟁에서 벗어났지만, 아무
외환중개 연고 없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삶이란 척박했다. 일본 정부 등을 통해 임대주택 비용 면제와 한해 100만엔(955만원)을 지원받았지만, 도쿄에서 세 식구가 살아갈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의 소개로 운 좋게 우크라이나 음식을 파는 식당에 시급 1500엔(1만4천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 가운데 비슷한 처지의 우크라이나인이
별내신도시 아파트 전세 있었고, 일본어를 거의 쓰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1년 만에 식당이 문을 닫자, 그는 또다른 일자리를 전전하며 일본 장기체류를 각오하고 있다. 그는 “고민과 불안이 많지만 앞으로 나가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0엔(955원)짜리 어린이용 일본어 교재를 사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익혔지만, 한자는 도통 읽을 수 없다. 둘째 아들은 근처 공립중
농협서민전세대출 학교에서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채로 온종일 교실에 앉아 있는 일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둘째 아들은 학교에서 고립된 채 정신적 불안을 호소한다고 한다.
24일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통계를 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일본에 건너온 우크라이나 난민이 모두 2747명에 이른다. 2022년 전쟁 발발 직후부터 한 달 평
우리 균 200여명꼴로 1년여간 2300여명이 집중적으로 일본에 건너왔다. 최근 1년여간은 매달 10여명 안팎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의 입국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군 징집 등 영향으로 남성(803명)이 여성(1944명)의 절반에도 미치도 못한다. 18∼61살 사이 청장년층이 많지만, 18살 이하 어린이·청소년과 61살 이상도 각각 410명, 380명이나 된다. 이날 기준으로 일본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머문 이들이 1982명으로 집계됐다.
또다른 우크라이나인 마리야는 일본으로 건너와 70대를 맞았다. 난민의 삶이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만, 고령자들에게 낯선 땅에 적응은 상대적으로 더 힘겨울 수밖에 없다.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고령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없었다. 음식도 입에 잘 맞지 않았다. 그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는 딸과 손자들이 남아 있다. 특히 전쟁의 참상을 겪었던 상태로 외국에 사실상 고립된 만큼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치유할 여건도 마련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일본에서 임상심리사로 일하는 하나무라 카테리나는 “일본에 온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상담해보면, 내일이라도 고향에 돌아갈 생각으로 매일을 살다 보니 식탁을 사지 못한 채 1년을 넘겼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신문에 말했다. 그는 “구급차나 헬리콥터, 미사일 경보 소리 등 전쟁에서 겪은 경험이 겹쳐 과호흡이나 경직, 공포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며 “지난 2년간 일본에서 경제적 지원은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했던 것이지만, 앞으로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공동체나 친구들과 연결된다면 삶의 의미와 희망이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지역별로는 도쿄에 거주하는 이들이 626명으로 가장 많고 가나가와현(165명), 요코하마시(126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우크라이나 난민들에 대한 여러 지원 대책을 유지해왔다. 도쿄도가 임대주택을 마련해주는가 하면, 요코하마시는 2022년부터 피난민 지원 전담팀을 꾸려 주거지와 생활용품 제공 등을 담당해왔다. 일본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개별상담 등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 양상에 들어선 뒤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자립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일본어 교실이나, 인생 설계 세미나, 취업 지원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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