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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광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으로 갈라진 이때, '옵티칼 고용승계로 가는 희망뚜벅이' 행진이 마지막 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외국투자 기업 니토덴코의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옵티칼)에서 해고된 노동자 7명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419일째 고공농성 중이던 옵티칼지회 조합원 박정혜, 소현숙 씨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뭉쳤다. 땅에 남은 옵티칼지회 조합원들이 검은 옷을 입고 고용승계 요구가 적힌 하늘색 몸자보를 동여맨 채 행진 대열의 맨 앞에서 걸었다.
때로는 씩씩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보이는 표정으로 걷던 이들은 서울 명동 세종호텔이 보일 때쯤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이 가 닿는 곳에는 세종호텔에서 정리해고된 나머지 노동자 6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호텔 앞 10미터 높이 도로시
은행금리전망 설 구조물에 올라 17일째 농성 중이던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이 우뚝 서 있었다.
"박정혜, 소현숙은 공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라고 적힌 부채를 손에 들고 걷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젖은 눈으로 망연자실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눈물을 훔쳤다. 바로 옆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눈물을 떨
차량연비향상 궜다.
김 지도위원은 2012년 한진중공업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9일 고공농성했다. 박 지도위원은 2019년 영남대 의료원에 해고자 복직과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227일 고공농성했다.
도무지 바뀌지 않는 한국사회의 잔인한 일면으로 인해 아픔을 겪은 이들이 한자리에서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곁에는 그 잔
당좌대출이자 인한 현실을 함께 바꿔보자며 같이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 1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복직 요구 고공농성장 앞에 선 '옵티칼 고용승계로 가는 희망뚜벅이' 참가자들. ⓒ프레시안(최용락)
박정혜
가계대출거치기간연장 , 소현숙 응원하고 국회에 노동자 해고 문제 관심 요구한 시민들
지난달 7일 경북 구미 옵티칼 공장에서 시작해 박 씨와 소 씨가 고공농성 중인 공장이 있는 경기 평택을 거쳐 서울에 닿은 '옵티칼 희망뚜벅이' 행진이 이렇게 마무리됐다. 이를 제안한 김 지도위원과 박 지도위원을 따라 23일 동안 수많은 이가 약 350킬로미
등록금지급실행 터 거리를 걸었다.
행진 시작 시간인 이날 오전 10시경 영등포역에는 '옵티칼 희망뚜벅이'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노동자, 시민 500여 명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서로가 평등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긴 '평등약속'을 읽은 뒤 여의도 국회까지 2.5킬로미터 거리를 30여 분 간 걷는 것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중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은 박 씨와 소 씨를 응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대구에서 온 이슬기 씨(30)는 "저도 공장을 다니는 입장에서 두 분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며 "두 분의 복직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이문기 씨(27)는 "(지난 1월) 라이더 대행진을 할 때 옵티칼 문제를 알게 됐다"며 "회사에 다니던 동생이 얼마 전 부당해고를 당해 두 분에게 더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지상에 내려오셔서 맛있는 밥도 먹고 힘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두 딸, 배우자와 함께 온 최성은(40) 씨는 "아이들이 '올라가신 두 분은 좋은 분이야?'라고 물어서 '자기 권리를 생각하는 당당한 분이야'라고 답했다"며 "멀리 있어 마음으로만 연대하지만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당당한 분들이라 자랑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회 앞에서 참가자들은 "옵티칼 고용승계 국회가 나서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 씨와 소 씨의 고공농성에 대한 정치권의 적극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미가 고향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회견에서 "(박 씨와 소 씨의 고공농성장 아래 있는) '희망텐트에 간다'고 말씀 드리니, 어머니께서 '거기(구미공단)는 20, 30년 전에도 공장 지붕이랑 굴뚝에 사람들이 많이 매달렸는데 아직도 그러냐'고 하셨다"며 "언제까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건물 옥상에 오르고, 길바닥에서 밤을 새야 하나. 국회는 노동자의 부당해고 문제에 훨씬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 1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국회로 '옵티칼 하이테크 고용승계로 가는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세종호텔 고공농성장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애초 이날 행진은 국회에서 끝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17일 고 지부장이 세종호텔 정리해고 노동자 6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함에 따라 명동 세종호텔을 거치는 것으로 행진 경로가 바뀌었다. 최근 정국 등을 고려해 마무리 장소는 명동에서 멀지 않은 광화문광장으로 결정됐다. (☞관련기사 : 25년 차 일식 요리사가 세종호텔 앞 10m 고공에 오른 이유)
국회에서 고 지부장의 고공농성장이 있는 세종호텔 앞까지 8킬로미터를 행진하는 데는 두 시간가량이 걸렸다. 세종호텔에 도착하자 김 지도위원은 고공농성장으로 다가가 고 지부장에게 "어디 아픈 곳은 없느냐"고 안부를 묻고 "끝까지 힘내시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고 지부장은 "포기 안 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옵티칼지회 조합원들도 고공농성장 아래로 가 눈물을 흘리며 고 지부장에게 안부를 묻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고 지부장도 잠시 눈물을 훔치더니 곧 "내가 여기 와서 한 번도 안 울었는데 울잖아요. 지금"이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같이 힘내자"고 말했다.
이어진 집회에서 이지영 옵티칼지회 사무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진수 동지 저희 왔다. 늦게 와서 너무 죄송하다"며 "처음 고공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많이 아팠다. 저희 두 언니들이 고공에 처음 올랐을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왜 일터에 있어야 할 노동자들이 자꾸 고공에 올라가야 하는 것일까" 물었다.
이어 "고공에 있는 고진수 동지, 박정혜, 소현숙 언니 조금만 더 힘내주시라. 세종호텔 조합원들도 고공농성을 시작하고 많이 힘드실 텐데 힘내시면 좋겠다"며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고 외쳤다.
고 지부장은 "봄 기운을 가득 안고 구미에서부터 서울까지 응원해 주러 오신 희망뚜벅이 동지들 정말 반갑다"며 "항상 희생양으로 버려만 질 수는 없기에 우리는 이 투쟁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고진수 힘내라"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고 지부장은 떠나는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는 듯 둥둥 북을 울렸다.
▲1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이 안부를 묻기 위해 찾아온 옵티칼지회 조합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광화문광장 마무리 집회 "옵티칼 희망버스에서 다시 만나자"
다시 40여분 간 2.5킬로미터 떨어진 광화문광장으로 행진이 계속됐다.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을 지날 때는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천막농성 중인 조선하청 노동자들이 "연대투쟁호"라고 적힌 배 모양의 바퀴 달린 조형물을 끌고 합류했다. 광화문에 다 와 갈 때쯤에는 "빨갱이"라고 호통을 치는 사람, 태극기와 성조기가 붙은 깃대로 행진 대열에 세워진 깃발들을 툭툭 치는 사람이 나타났다.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은 대응을 자제하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여러 집회로 혼잡한 광화문광장에서 '옵티칼 희망뚜벅이'의 마지막 순서가 진행됐다. 미리 준비된 연단에 올라 김 지도위원은 "승리는 어느날 벼락처럼 오지 않는다. 정직하게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정리가 됨을 저는 믿는다"며 "정직하게 한 발 한 발 걸어온 이 걸음을 희망버스로 이어가자. 3월 말 늦어도 4월 초에 옵티칼로 가는 희망버스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함께 걸었던 말벌 동지(주로 2030세대로 집회·투쟁이 있는 곳에 달려가는 이들의 별칭)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일자리를 잃은 청춘들이었고, 그럼에도 강풍 속에서도 깃발을 한번도 내리지 않은 수많은 동지들을 보며 날마다 웃고 날마다 울었다"며 "말벌 동지들 고맙다. 많이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옵티칼 복직' 350km 걸은 김진숙 "말벌 동지들 고맙습니다")
최현환 옵티칼지회장은 "여성 노동자 최장기 고공농성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김진숙, 박문진 두 분의 지도위원이 2차 희망뚜벅이를 나선 지 23일차"라며 그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두 지도위원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박 씨와 소 씨를 응원하기 위해 부산에서 구미까지 200여 킬로미터를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
최 지회장은 이어 "반복되는 외국인 투자 기업의 먹튀를 이대로 두면 누군가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이번만큼은 고용의 책임을 묻고 싶다"며 "윤석열 이후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행진 내내 같은 뜻을 갖고 걸어온 '옵티칼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은 마무리 집회 뒤 석별의 정을 나누며 헤어졌다. 김 지도위원이 제안한 '옵티칼 희망버스'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함께였다.
※ 2022년 10월 일본 니토덴코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는 구미공장이 화재로 전소되자 청산을 결정하고 193명에게 희망퇴직을 받은 뒤 17명을 정리해고했다. 해고자들은 한국옵티칼의 생산물품이 니토덴코의 다른 한국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니토옵티칼) 평택공장에서도 생산되기 때문에 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가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요구했다. 현재 7명의 해고자가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옵티칼에서 20여 년 가까이 일하며 청춘을 바친 한국옵티칼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은 자신과 같은 해고자들의 요구를 안고, 지난해 1월 8일 니토옵티칼 평택공장 옥상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고용보험 취득자 현황 분석에 따르면, 니토옵티칼은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이 전소된 뒤 2023년 8월까지만 30명을 신규채용했다. 그러나 해고자 7명을 고용승계하라는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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