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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도왕도마뱀이 곰치를 게워내고 있다. /페이스북 @ABMCI M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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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태어나 한 살 때 이 동물원으로 이주한 머피는 유리창 너머로 관람객들 코앞까지 나와 독성 박테리아가 가득한 침을 줄줄 흘리며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종족의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판다 못지 않은 인기몰이를 했답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앓기 시작한 퇴행성 관절염을 시작으로
대출이자 각종 병치레를 하며 신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어요. 결국 동물원은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머피를 안락사시켰어요.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은 코모도왕도마뱀의 야생 서식지인 인도네시아 코모도섬 일대를 제외하곤 처음으로 번식에 성공한 곳이었죠.
최근 안락사로 세상을
새마을금고 전세자금대출 떠난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동물원의 코모도왕도마뱀 머피./Smithsonian Zoo
머피가 떠나면서 이곳에는 네살짜리 수컷 오닉스만 홀로 남게 됐어요. 함께 살던 삼촌·아빠뻘 머피를 떠나보냈지만, 오닉스에게는 어쩌면 잘된일일지도 모릅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주식 중 하나는 어린 동족입니다. 부화한
농협 농지담보대출 지 어린 놈들은 언제 부모뻘 성체들의 뱃속에서 생을 마감할지 모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나무위로 기어올라가죠. 코모도왕도마뱀은 이름만 도마뱀이다 뿐이지, 파충류의 모든 특장점을 한 몸에 갖추고 있는 거대한 괴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악어못지 않게 우람한 덩치, 그 덩치에 믿기지 않게 시속 20㎞까지 내달릴 수 있는 스피드를 갖췄어요. 코브라 같은 맹독사
남은 할부금 가 부럽지 않은 독성 박테리아가 가득한 침샘은 이 괴물의 섬뜩함을 더해줍니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의 코모도왕도마뱀./Smithsonian Zoo
한번 표적으로 삼은 먹잇감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쫓아가서 잡아먹고 마는 남다른 집착이 있어요. 코모도왕도마뱀끼리 서로 잡아먹는 카니발리즘을 통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냉혹한 생활방식을 영위하고요. 게다가 암수가 흘레붙는 통상의 번식이 불가능할 경우 암놈 혼자 자가번식까지 하는 극강의 생존 능력까지 갖췄습니다. 파충류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을 충분히 붙여줄만합니다. 그런데 코모도왕도마뱀은 탐욕으로만 똘똘 뭉친 괴수가 아닙니다. 놀랍게도 절제의 미덕이 있어요. 내것이 아닌순간 깔끔하게 포기하고 마는 것이죠. 어쩌면 이 종족의 번성을 이끄는 힘은 이 절제가 아닌가 싶어요. 관련한 동영상을 보실까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으니 건너뛰셔도 됩니다. 해안가 모래사장에 나와있던 코모도왕도마뱀이 입을 쩍벌립니다. 그 끝에서 꼬물거리는 무엇인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끝이 갈라져서 낼름거리는 특유의 혀인줄 알았는데, 두껍고 뭉툭해요. 혓바닥이 왠일로 부풀어올랐나 싶더니만 갑자기 엄청난 두께와 길이의 덩어리가 가속이 붙으며 코모도왕도마뱀의 입에서 쏟아져나옵니다. 가물치를 연상케하는 무늬가 선명해요. 방금 삼켰다가 게워낸 곰치입니다. 족히 1m는 되어보여요. 포악한 생김새에 걸맞는 드센 사냥습성으로 뱀장어계의 ‘1진’으로 이름난 깡패고기 곰치가 코모도왕도마뱀의 뱃속으로 넘어갔다 게워졌어요. 코모도왕도마뱀의 습성상 물속에서 사냥당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여요. 모래사장에 밀려와 허우적거리던 놈을 이게 웬떡이냐 하고 꿀꺽 삼켰거나, 아니면 이미 혼이 빠져나간 사체 상태에서 코모도왕도마뱀 밥이 됐을 공산이 커보입니다.
코모도왕도마뱀이 삼킨 곰치를 통째로 게워내고 있다./Facebook
멧돼지와 사슴, 동족도마뱀부터 못먹는게 없는 괴물도마뱀이 어쩌다 괴물뱀장어를 게워냈을가요? 자세한 곡절은 모르지만 생체 조정실에서 본능적으로 신호를 내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이런 내용이겠죠. “이걸 뱃속에 담고 있다간 혼이 빠져나갈 수 있다. 즉각 게워내라.” 이처럼 ‘게움’은 파충류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장면입니다. 먹잇감을 뭉텅뭉텅 조각낸 뒤 삼키는 악어, 먹을만한 크기로 뜯어내 조물조물 먹는 거북보다는 이빨의 도움 없이 통째로 삼키는 뱀과 도마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포착됩니다. 놈들은 애써 먹어치운 먹잇감을 소화하는대신 왜 다시 게워내는 걸까요? 파충류가 먹은 것을 게워내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겁니다.
첫째 추워서입니다. 알려진대로 파충류는 찬 피가 흐르는 변온동물로 기온의 급변동으로 인해 신진대사가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온의 급강하로 신체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먹어낸 걸 게워낸다는 거죠. 아니다 싶으면 최대한 속도를 내서 게워냅니다. 바다뱀이 꼬리부터 곰치를 삼키려다 게워내는 장면입니다.
둘째 스트레스입니다. 간혹 비단뱀 계열의 거대 뱀들이 막 포식을 마쳤을 때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먹은 것을 통째로 게워낼 때가 있습니다. 입을 쩍 벌리고 뱃속 깊숙하게 밀어넣었던 새, 사슴 따위가 소화액 범벅이 된 채 쭈루루 밀려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미 혼이 빠져나간 먹잇감들은 어쩌면 이렇게 뒤늦은 사후 절규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먹지도 않을 걸 왜 죽여서 삼켰냐?”
세번째, 탐욕에 대한 뒤늦은 자각입니다. 일부 경험이 미숙한 거대 뱀들은 무리해서 어린 악어 등을 사냥해 억지로 삼킨 뒤 배가 터져 죽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도 뱀의 살갗을 뚫고 악어의 꼬리나 발이 튀어나오는 장면이 종종 포착되죠. 분수를 모르고 발생하는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게움이라는 방편이 동원되는 거예요.
네번째, 먹잇감이 함유하고 있는 특정 물질로 인해서 심각한 체내 감염이 우려된다고 본능적으로 느꼈을 때 미련없이 속의 것을 게워냅니다. 1~3번보다는 보다 고차원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예방적 성격이 강하죠. 아무리 곰치가 대형 물고기라고는 해도 이 정도 크기의 코모도왕도마뱀이라면 거뜬히 삼켜 소화하는게 충분했을 것으로 사료되는 상황이예요. 따라서 추정컨대 이 코모도왕도마뱀의 게움의 원인은 네번째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껏 먹어치웠다 뱉어내니 곰치의 희생이 헛되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야생에서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것은 없습니다. 진득한 소화액 냄새를 풍기며 햇볕에 말라붙어가는 곰치의 삭힌 몸뚱아리는 이 자체로 소중한 발효음식이 돼 다른 동물들의 먹잇감으로 소비될 것입니다. 미련없이 게움으로써 신진대사가 이상기류에 휘말리는 상황을 미리 차단한 코모도왕도마뱀은 곧 다음번 사냥 채비에 나설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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